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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한국 주식시장은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증시의 모습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2026년 코스피는 빠르게 상승하며 사상 처음 9,000선까지 돌파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까지 지수가 올라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한국 주식을 두고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이제 저평가가 해소된 것인지, 아니면 기업의 이익과 자산가치도 함께 커지면서 여전히 해외시장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주가지수가 높다는 것과 주식이 비싸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주가가 두 배 올라도 기업의 이익이 그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면 오히려 PER은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도 이익이 더 크게 줄었다면 주식은 이전보다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순히
“한국 주식은 싸다.”
“코스피가 9천까지 갔으니 이제 비싸다.”
라는 주장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한국 시장은 미국·일본·영국·중국·홍콩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지, 왜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따라다녔는지, 그리고 낮은 PER과 PBR이 정말 투자 기회를 의미하는지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결국 확인하고 싶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코스피가 9,000까지 올라갔다 온 지금도 한국 주식은 정말 저평가되어 있을까요?
1편에서는 과거 연구와 국가별 평가배수를 통해 첫 번째 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2편에서는 낮은 평가가 생기는 이유와, 그것이 실제 투자 기회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을 다룹니다.
자료 확인일은 2026년 10월 1일입니다. 국가별 그래프는 공통으로 확인한 2026년 8월 31일 MSCI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실시간 시장 수치가 아니며, 과거 연구와 현재 지수 자료의 분석 대상·기간은 서로 구분했습니다.

과거 연구와 국가별 평가배수를 통해 알아본 그 의미
- 다른 나라보다 싸다’와 ‘실제 가치보다 싸다’는 다릅니다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첫 번째는 다른 기업이나 시장보다 낮은 평가배수에 거래된다는 뜻입니다. 같은 규모의 이익이나 장부상 순자산에 대해 투자자들이 더 적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앞으로 만들어낼 가치에 비해 현재 가격이 낮다는 뜻입니다. 실제 투자 기회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두 번째 의미입니다. 가치평가는 현재 가격과 추정 가치를 비교하는 작업이며, 추정에 사용한 가정에 따라 결과도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이해할 때 사용하는 대표 지표가 PER·PBR·ROE입니다.
| 지표 | 무엇을 보는 지표인가요? | 함께 확인할 질문 |
|---|---|---|
| PER·주가수익비율 |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 | 현재 이익이 앞으로도 유지될까요? |
| 선행 PER | 주가가 예상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 | 예상 이익이 실제로 실현될까요? |
| PBR·주가순자산비율 | 주가가 주당 장부상 순자산의 몇 배인지 | 그 자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돈을 벌까요? |
| ROE·자기자본이익률 | 자기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 높은 수익성이 일회성이거나 과도한 부채의 결과는 아닐까요? |
평가배수와 재무비율은 기업을 비교하는 도구이지만, 하나의 숫자만으로 기업 전체의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PER이 8배인 기업과 20배인 기업이 있다고 해도, 앞의 기업이 무조건 더 좋은 투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기업과 장기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같은 배수를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낮은 배수는 분석의 출발점입니다. 그 자체가 저평가의 최종 증명은 아닙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과거 자료에서 실제로 확인됐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23년 보고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은 2012~2021년 45개국 상장기업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한국 기업의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수준이었고, 분석 대상 45개국 중 41위였습니다. 낮은 평가가 특정 업종 하나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한국 시장이 낮게 평가받아 왔다”는 주장은 단순한 느낌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첫째, 과거 표본의 결과를 현재 수치처럼 사용하면 안 됩니다. 위 연구는 2012~2021년을 분석했으므로, 지금도 한국 시장의 PBR이 선진국의 정확히 52%라는 뜻은 아닙니다.
둘째, 평가배수가 절반이라고 주가가 두 배 올라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수익성·성장성·위험이 다르면 정당화되는 평가배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과거의 평가 격차는 확인됐지만, 그 격차 전부를 시장의 오해나 부당한 할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 같은 날짜의 국가별 PER를 비교하면 어떨까요?
비교 기준을 맞추기 위해 MSCI의 한국·미국·일본·영국·홍콩·중국 지수를 사용했습니다.
모두 해당 시장의 대형·중형주를 중심으로 한 지수입니다. 코스피·S&P 500·닛케이225 등을 그대로 비교한 표는 아닙니다. 같은 제공자의 지수를 사용해도 국가별 업종과 기업 구성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MSCI
국가별 평가 배수 비교 (2026년 8월 31일 기준, 단위는 배입니다.)
| MSCI 시장 지수 | 과거 이익 기준 PER | 예상 이익 기준 선행 PER | PBR |
|---|---|---|---|
| 한국 | 10.17 | 5.06 | 2.26 |
| 미국 | 25.80 | 20.06 | 5.69 |
| 일본 | 19.50 | 16.38 | 2.03 |
| 영국 | 15.96 | 12.63 | 2.38 |
| 홍콩 | 14.90 | 14.45 | 1.27 |
| 중국 | 13.96 | 10.76 | 1.45 |
각국 MSCI 공식 페이지의 P/E, P/E Fwd, P/BV 공표값입니다. MSCI
그래프 ① 이익 대비 평가배수로 보면 한국은 낮습니다

그래프 출처: MSCI 국가별 공식 지수 페이지의 2026년 8월 31일 공표값을 바탕으로 재작성했습니다. 업종·수익성 차이를 조정한 결과가 아니며, 원자료의 수정·표기·반올림에 따른 오차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문 URL은 1편 끝에 정리했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한국의 PER와 선행 PER가 비교한 다른 다섯 시장보다 낮습니다.
따라서 “이익 대비 가격으로 보면 한국의 평가배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선행 PER의 분모는 예상 이익입니다. 예상치가 낮아지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선행 PER는 높아집니다.
가령 주가가 100이고 예상 주당이익이 20이면 선행 PER는 5배입니다. 그런데 이익 전망이 10으로 바뀐다면, 주가가 움직이지 않아도 선행 PER는 10배가 됩니다.
이는 설명용 계산이지만 중요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낮은 선행 PER를 볼 때는 가격뿐 아니라 그 가격을 저렴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이익 전망도 확인해야 합니다.
- 하지만 PBR로 보면 ‘한국이 언제나 가장 싸다’는 설명은 달라집니다
그래프 ② 순자산 대비로도 한국이 가장 낮을까요?

그래프 출처: 앞 표와 같은 MSCI 공식 공표값입니다. 점선의 1배는 시장가격과 장부상 순자산이 같은 수준이라는 뜻이며, 적정가나 원금보장 기준선은 아닙니다.
한국의 PBR은 미국보다 낮지만, 일본·홍콩·중국보다는 높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막연하게 “한국 시장은 항상 PBR 1배 아래에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하면 이 지수 기준의 자료와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의 평가 문제가 모두 해소됐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지수의 구성과 기업별 수익성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PER는 낮고 PBR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이 모순은 아닙니다. 두 지표가 비교하는 분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이익, 다른 하나는 장부상 순자산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두 그래프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은 이익 대비 평가배수가 낮게 나타나지만, 순자산 대비로도 모든 시장보다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싸다’는 말에는 지표와 기준일이 함께 붙어야 합니다.
- 국가 평균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지수의 일부 대형기업이 전체 숫자에 큰 영향을 줍니다
2026년 8월 31일 MSCI Korea에서는 삼성전자 보통주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각각 34.55%, 26.27%였습니다. 두 종목만 합해 약 60.8%입니다.
이는 한국 시장의 모든 기업이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부 대형기업의 가격과 이익 전망이 지수 전체의 평가배수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MSCI Korea의 낮은 PER를 보고, 내가 관심 있는 중소형주나 특정 테마 ETF도 저평가라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됩니다.
비슷한 기업끼리 비교해야 더 정확합니다
같은 ‘기술기업’이라도 메모리 반도체·장비·소프트웨어·플랫폼은 사업 구조가 다릅니다.
더 정밀한 비교를 하려면 같은 시점의 지표라는 조건에 더해, 비슷한 사업·수익성·성장성·재무위험을 가진 기업끼리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무분석에서도 업종에 맞는 지표와 복수의 비율을 함께 사용하도록 강조합니다.
PBR에는 회계의 영향도 있습니다. 장부상 순자산이 브랜드·기술·고객 기반 같은 경제적 가치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장부가치와 실제 사업가치를 구분해야 합니다.
미국보다 낮은 PBR에 거래된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의 PBR까지 올라야 한다고 계산하면, 서로 다른 기업 구조를 같은 것으로 가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최근 많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고평가를, “오랫동안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저평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과 함께 기업의 이익과 전망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입니다.
1편 맺음말|‘싸 보인다’는 느낌을 숫자로 확인하되, 숫자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다음은 실제 개인의 경험이 아닌, 투자 판단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투자자 A씨는 한국의 선행 PER가 해외보다 낮다는 표를 보고 “이 정도면 충분히 싸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해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낮아지면서, 처음 봤던 낮은 선행 PER도 달라졌습니다.
A씨가 처음 확인한 것은 현재 가격뿐이었습니다. 그 가격을 싸게 보이도록 만든 예상 이익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저평가 분석에서 중요한 질문은 조금 달라집니다.
“배수가 낮은 가요?”에 더해
“그 배수를 계산한 이익과 자산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요?”까지 물어야 합니다.
한국 시장이 과거 낮게 평가받아 왔다는 근거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든 한국 주식과 모든 매수 시점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낮은 평가배수는 관심을 가질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할 이유가 되려면, 왜 낮은지와 무엇이 달라질지를 더 알아야 합니다.
상기 내용은 참고용입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좋은 투자 하세요~
1편 참고자료·원문 URL
국가별 PER·선행 PER·PBR 및 지수 구성 — MSCI
한국:
https://www.msci.com/indexes/index/941000/msci-korea-index
미국:
https://www.msci.com/indexes/index/984000/msci-usa-index
일본:
https://www.msci.com/indexes/index/939200/msci-japan-index
영국:
https://www.msci.com/indexes/index/982600/msci-united-kingdom-index
홍콩:
https://www.msci.com/indexes/index/934400/msci-hong-kong-index
중국:
https://www.msci.com/indexes/index/302400/msci-china-index
과거 평가 격차 — 자본시장연구원, 2023년
https://www.kcmi.re.kr/report/report_view?report_no=1522
가치평가와 재무비율 해석 — CFA Institute
https://www.cfainstitute.org/insights/professional-learning/refresher-readings/2026/equity-valuation-concepts-basic-tools
장부가치와 PBR의 한계 — Aswath Damodaran
https://pages.stern.nyu.edu/~adamodar/pdfiles/valn2ed/ch19.pdf